가압류 후 계약의 합의해제, 대법원 판례 변경
돈을 받으려고 상대방의 채권을 가압류해 두었는데, 막상 추심하려 하니 “그 계약은 이미 합의해제해서 채권이 없다”는 답을 들으신 적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이런 항변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법리를 변경하였습니다.
변경된 판례에 따라 채권가압류 후 합의해제에 따른 법률관계, 실무상 유의점을 정리합니다.

1. 사건개요
- A회사는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을 피고에게 8억 5,000만 원에 넘기는 양수계약을 맺었습니다.
- 원고는 A회사의 채권자로서, A회사가 피고에게 받을 양도대금 중 3억 5,000만 원을 가압류했습니다.
- 이후 원고는 집행권원(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판결 등의 근거)을 얻어 가압류를 본압류로 옮기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고, 피고에게 추심금을 청구했습니다.
- 피고는 “가압류 이후 A회사와 양수계약을 합의해제했으니 양도대금 채권은 없어졌다”고 항변했습니다.
👉 원심은 종전 판례에 따라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대법원 2026. 9. 29. 선고 2023다275578 전원합의체 판결).
2. 기존 판례 vs 변경된 판례
| 구분 | 기존 판례 (대법원 2001. 6. 1. 선고 98다17930 판결 등) | 변경된 판례 (2023다275578 전원합의체) |
|---|---|---|
| 원칙 | 압류·가압류 후에도 합의해제로 채권 소멸을 대항할 수 있음 | 합의해제로 채권 소멸을 대항할 수 없음 |
| 예외 | 채권 소멸만을 목적으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합의해제 등 | 아래 3가지 예외 사유 |
| 증명책임 | 사실상 채권자가 부당성을 다퉈야 했음 | 예외 사유는 **대항하려는 쪽(제3채무자)**이 증명 |
3.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유(2023다275578)
① 합의해제는 ‘새로 맺는 계약’이다
법정해제나 약정해제는 압류 전부터 계약 안에 들어 있던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반면 합의해제는 압류명령을 이미 송달받은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압류 후에 새로 맺는 계약으로, 합의해제는 압류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기회주의적 동기가 개입될 여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
② 처분금지효(압류된 채권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효력)와 맞지 않는다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1항은 채권압류 시 채무자의 처분을 금지합니다. 가압류는 같은 법 제296조 제3항에는 제3채무자에 대한 지급금지만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가압류에도 처분금지효를 인정해 왔습니다. 합의해제는 결국 피압류채권을 소멸시키는 행위이므로 채권 처분과 본질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③ 관련 판례와의 균형
채권자대위권 행사 통지 후의 합의해제는 이미 대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아 왔습니다(「민법」 제405조 제2항, 대법원 2012. 5. 17. 선고 2011다87235 전원합의체 판결). 압류 후 계약인수(2012다41359), 담보신탁 우선수익자 추가 지정(2021다261704)에 대해서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④ 위험은 합의해제를 한 사람이 부담해야 한다
제3채무자는 압류 전 사유로 하는 항변, 법정해제권 행사, 집행공탁(「민사집행법」 제248조) 등으로 충분히 보호받습니다. 합의해제 후 급부를 강제당했다면 채무자에게 반환을 구할 수 있고, 그 채무자가 무자력이라는 위험은 스스로 합의해제를 택한 제3채무자가 지는 것이 맞다고 보았습니다.
4. 합의해제 주장 가능한 예외
| 예외 | 내용 | 예시 |
|---|---|---|
| ① 별도 소멸 사유가 이미 있었던 경우 | 법정·약정해제 요건이 갖춰졌는데 형식만 합의해제로 한 경우 | 채무불이행 해제 요건이 충족된 상태, 사정변경·신뢰관계 파괴 등 |
| ② 계속적 계약의 장래 지분적 권리 | 고용계약상 장래 급여, 임대차의 장래 차임 등 | 합의해지 후 발생할 장래분 (이미 발생한 부분은 압류 효력 미침) |
| ③ 현저한 부당성이 있는 특별한 사정 | 계약·채권의 성질, 채권의 비중, 합의해제 경위를 종합 | 압류된 채권이 전체 계약에서 극히 경미한 부수 채권인 경우 등 |
예외 사유의 증명책임은 합의해제로 대항하려는 쪽에 있습니다.
5.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부분
집행사건에서 가압류 직후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며 손을 맞잡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종전에는 채권자가 ‘채권 소멸만을 노린 합의해제’임을 다퉈야 해서 입증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구도가 바뀝니다.
추심금 소송에서 제3채무자가 합의해제 항변을 하면, 채권자는 합의해제가 압류(가압류) 효력 발생 이후인지를 먼저 확인하면 됩니다. 반대로 제3채무자 입장이라면, 합의해제 당시 이미 법정해제 사유가 있었는지 등 예외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 챙겨야 합니다.
6. 자주 묻는 질문
Q. 가압류만 해 두고 아직 본압류 전인데도 적용되나요?
A. 네. 대법원은 가압류 효력 발생 후 본압류 이전에 이루어진 합의해제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Q. 계약을 ‘해지’한 경우도 마찬가지인가요?
A. 계속적 계약의 합의해지에도 원칙은 같습니다. 다만 장래에 발생할 지분적 권리(장래 차임·급여 등)는 예외로 보아 압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Q. 제3채무자가 법정해제를 했다면요?
A. 법정해제·약정해제는 이번 판례와 무관하게 여전히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7. 정리 (가압류 후 계약 합의해제)
- 채권 압류·가압류 후 이루어진 합의해제(합의해지)는 원칙적으로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 별도 해제 사유가 있었던 경우, 계속적 계약의 장래 지분적 권리, 현저한 부당성이 있는 경우는 예외이며 증명책임은 대항하려는 쪽에 있습니다.
- 추심금 소송에서는 송달일과 합의해제일의 선후, 예외 사유의 존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관련 법령: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242조, 제248조, 제291조, 제296조 제3항, 「민법」 제405조 제2항
관련 판례: 대법원 2026. 9. 29. 선고 2023다275578 전원합의체 판결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
가압류나 추심 과정에서 상대방이 계약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면, 압류 결정 송달일과 해제 경위에 따라 대응이 크게 달라집니다. 가압류 후 계약 해제 항변이 있거나 강제집행과 관련하여 채무자측의 기망행위 등이 의심스럽다면 관련 자료를 준비해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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